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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80만 부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와 30만 독자의 공감을 얻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비롯해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당신과 나 사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책 줄거리

일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인생이라고. 그래서 무엇을 하든 겁부터 난다는 환자가 있었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제가 그 일을 하는 게 맞을까요?' 했다가 후회하면 어떡하죠? 만약 일이 잘못되면요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녀의 간절한 표정을 뒤로하고 나는 말했다. '제가 점쟁이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요?' 그건 알지만 그래도 조언을 해주실 수는 있잖아요. 만약 내가 그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한다고 해보자. 그녀가 과연 그 일에 도전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몇 달째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어떤 선택을 하든 잘 헤쳐나갈 테니 용기네요. '딱 한 발짝만 내딛어 보라고' 했다. 잘못된 길이라면 아예 내딛고 싶지 않은 그녀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몇 번 실패를 경험한 그녀가 많이 지쳐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계속 결정을 미룬 채 고민을 더 해봐야 시간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게 옳은 선택이든 아니든 이제는 결정을 내리고 선택한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야 한다. 가서 경험을 해봐야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나에게도 그렇게 꼼짝도 못한 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2001년,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난 직후였다. 파킨슨병은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고 몸이 굳는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그래서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심지어 글씨를 쓰고 얼굴 표정을 짓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파킨슨병을 묘사할 때 온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고는 움직여 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그 말이 꼭 맞다. 어떨 땐 한 걸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고생을 하기도 한다. 보통 파킨슨병에 걸리고 15년이 지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그저 약으로 병에 진행을 더디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불치병이라는 소리다. 의사다 보니 파킨슨병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 병이 나를 찾아올 줄은 짐작조차 못했다. 하필이면 꿈을 펼쳐 보겠다며 개인 병원을 차린지 1년이 채 안 되었을 때였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이런 병이 걸린 걸까. 누구나 열심히 살겠지만 나도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소울메이트 같았던 친언니를 교통사고로 잃고 몇 년을 방황했지만 결국 잘 버텨냈고, 첫 아이를 응급실 환자를 돌보는 도중에 유산하고는 절망에 빠졌지만 잘 이겨내어 두 아이를 낳았으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일하랴 아이 키우랴 힘든 일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는 말인가. 너무 억울했고 세상이 원망스러웠으며 내 인생은 끝났다고 절망했다. 게다가 파킨슨병 환자들이 겪는 끔찍한 고통을 내가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절망한 채 누워 있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게다가 다행히 병이 초기 단계라 아직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어났고 하루를 살았고, 또 다음 날을 살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2014년 초,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 문을 닫을 때까지 진료와 강의를 하며 5건의 책을 썼고,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며 충실히 살아왔다. 무엇보다 건강 관리에 힘쓴 덕에 아직 치매가 오지 않았고, 사고력에도 문제가 없으며 우울증도 경매하다. 물론 몸 상태는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지만, 그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이 책도 쓸 수 있었다. 내가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 사람들은 대부분 '참 안됐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어쩌다 한창 나이에 몹쓸병에 걸려 이런 고생을 하는가. 안타깝다는 얼굴이다. 그러나 나는 괜찮다. 병이 이미 내 건강에 많은 부분을 앗아갔고, 앞으로 지적 능력까지 뺏어갈지 모르지만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이니 걱정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걱정으로 시간을 낭비해 버리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 앞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데 5분 넘게 걸린 적도 있고, 몸이 굳어버려 옆으로 돌아누는 것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24시간 내내 아픈 건 아니다. 고통과 고통 사이에는 반드시 덜 아픈 시간이 있고, 약을 먹어서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도 있다. 나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상상하며 고통을 견뎌낸다. 그래서 그 시간이 되면 운동을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고 산책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딸을 위한 떡볶이도 만들면서 내 일상을 즐긴다. 아마도 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누군가 내게 물었다. 미국으로 유학 가서 정신분석 공부를 더하고 죽을 때까지 의사로 살고 싶다던 꿈을 병 때문에 포기하게 되어 속상하지 않느냐고. 전혀 속상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지난 30년간 의사로 살았으면 됐다 싶다. 그러자 그가 나에게 또 물었다. 아니, 그럼 아쉬운 건 없으세요? 후회되는 것도 없으세요? 돌이켜보면 후회되는게 왜 없겠는가. 그렇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걱정이 별 도움이 안되듯 후회 또한 별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한 가지 후회하는게 있다면, 인생을 너무 숙제처럼 해치우듯 살았다는 것이다. 의사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살면서 나는 늘 의무와 책임감에 쌓여, 어떻게든 그 모든 역할을 잘해내려 했었다. 나 아니면 모든게 잘 안 돌아갈 거라는 착각 속에 앞만 보며 달려왔고 그러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놓쳐버렸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도, 환자를 돌보는 성취감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닦달하듯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이든 다 잘해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방치해 두었던 나 자신을 챙기며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은 날은 좋은 대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그런대로 하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밀어둔 일을 하며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려고 애쓴다. 가끔 고통이 심할 때는 지치기도 하지만, 괜찮다. 아픈 나의 손을 꼭 잡아주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아직도 참 많다. 병 때문이긴 하지만 의사일을 관두고 나니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중국어 공부도 제대로 해보고 싶고, 진짜 끝내주는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고, 서해부터 남해까지 한 바퀴 쭉 둘러보고도 싶다. 이 책이 공개한 버킷리스트는 10개밖에 안 되지만, 내 마음속엔 더 많은 리스트가 있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아서인지, 사는 게 재밌다. 앞으로 병이 다시 악화되어 책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더라도, 나는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
 

 

 

총평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행복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격려와 영감을 주는 것 같다. 그녀의 긍정적인 태도와 결단력은 우리가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마주하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삶을 즐기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데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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