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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름
무언가를 만들어서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작가. 신선한 재료로 최고의 밥상을 차려주는 요리사처럼, 잘 만든 작품으로 어떤 즐거움과 만족감을 전해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보다
사랑은 가까이에, 여러 곳에서 소리가 나면 꼭 먼 곳의 소리를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긴다. 그래서 먼 곳에 귀를 먼저 기울이게 돼요. 듣고 있어? 조금만 더 크게 얘기해 봐." 하고요. 늘 하는 실수다. 희미한 소리 놓치지 않겠다고 바로 옆에서 나는 목소리를 못들은 적이 많다. 그래서 상처는 가까운 사람에게 받나 보다. "나에게도 들어 줘. 내 사랑도 알아 주세요." 하는 마음에 소리 지지만 그 사람 자꾸만 뭔 곳 보는 것 같아서 "나 여기 있어," 하며 서러워지나 보다. 여름에 절정이네요.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잘 듣고 잘 보고 사랑해야겠다. "나 아파요, 나 아파요". 갑자기 크게 마음이 다쳤을 땐 늘 이렇게 하고 싶다. "아파요. 나 지금 힘들어요. 위로해 줘요."단, 너무 길게는 말고 간단하게. "극복은 나 혼자 하고 싶으니까. 그러니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그냥 나름의 따뜻한 한마디 말로 내 등을 조금 밀어줘요." 그거면 돼요. 혼자서 잘 안 될 때, 내가 산책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약속장소까지 시간 반 안쪽으로 도착할 수만 있다면 걸어갈 때가 많아요. 그냥 집에 혼자 있다가도 이어폰을 끼고 밖으로 나가서, 무작정 걸어 목적 없이 두세 시간 헤매다 들어오는데, 그 시간 동안 노래는 꼭 한 곡만 무한 반복해 듣는 고집이 있다. 좋아하는 곡 듣다 보면 시간 금방 가잖아. 학교 다닐 때 천안에서 아산까지 시간을 걸어야 했는데, 난 자주 그 사이를 걸어 다녔어. 단, 그 정도의 거리는 혼자 걷기 버거워서, 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했지.몸은 거짓말을 못하니,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발목이 아파 며칠 못 걸은 적도 있지만, 정말 좋았어. 지금도 종종 떠오를만큼 소중한 사람들과 몇 번 그 길을 다녀보니 언젠가부터 혼자서도 잘 걷던 내가 그게 안 되더라. 어느 날엔 누굴 잊어 보겠다고, 그 길을 무작정 걷기 시작하다 결국 중간에 택시를 잡아 집에 오기도 했어. 걷는 게 더 이상 재밌지 않았어. 그 후로 난 그 길을 혼자 걸은 적 없이 학교를 졸업했어.
가끔 난 무섭다. 누가 없어도 만하던 것들이 더 이상 재밌지 않을 때, 난 원래 혼자서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다섯 시간은 걷더니, 걷는 사람이었는데 이런 외로움, 두렵다. 혼자서도 갈 수 있는 예쁜 동네가, 데이트 아니면 가기 싫어지는 게, 무섭다. 옷을 쇼핑하러 가는 것도, 커피 한잔 하는 것도, 이제는 더 이상 혼자 하기 싫어지는 게 무섭다. 다시 혼자 잘 살아낼 수 있을까. 그렇게 사과하는 건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왜 이해를 해 줘도 그러는 거야? 매듭을 짓지 못하고 나와 혼자 걸었다.
그래도 이해하고 싶었던 거야. 내 마음. 이해하겠어, 그런데 아니야. 넌 내 마음 이해 못 해. 내가 나라도 돼?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좀 억울했다. 나는 조금 다투다 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 부분은 쟤도 그랬겠다. 지금 사과하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편이다. 나라고 서운한 게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미안한 부분은 잘 알겠어. 그렇게 사과하는 건데 왜 이런말을 들어야 하지 왜 이애해줘도 그래 맺읍을 짖지 못하고 좁은 골목 사이를 지나다 보니 빨간 지붕에 집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다. 평소 같으면 예쁘다 하고 지나갈 텐데 이상하게 외로워 보였다. 2분만 더 걸으면 있는 도로변의 나무는 다들 모여 거의 숲을 이루었는데 젠 그냥 집 앞에 혼자서 있어서 너는 외로울까, 아니면 그 집의 유일한 존재라 다행이다 싶을까. 언젠가 길고양이를 볼 때도 그랬다. 세 마리쯤 누가 버리고 간 옷 위에 앉았다가 그 주변을 맴돌았다 하길래 얼른 집으로 뛰어가서 잘 안 입는 옷을 몇 개 가져왔다. 옷 뒤에 안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쟤네는 나한테 고맙겠지만, 세마리는 동시에 자리를 떴고, 그 후로 그 자리에선 고양이들을 볼 수 없었다. 나는 "너희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런 건데, 행복한 나무 일지? 외로운 나무 일지?" 정말 그 나무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고양이가 정말 옷 같은 것에 기대 눕고 싶었을지, 아니면 딱딱한 바닥이라도 인간에게 방해받지 않고 그들끼리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지, 나는 모른다. 모르는데 왠지 그럴 것 같다라는 이유에서 괜한 오지랖을 부린 거다. 어쩌면 다툴 때마다 상처를 주던 그 애의 말 맞다나, 난 그냥 내 마음 편하자고 이해하는 좋은 사람인 척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게 과연 가능할까? 이 모든 것을 인정해도, 난 여전히 내가 나쁜 사람이어서 그랬다고는 인정 못한다. 그냥 좋아해서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한 거고, 나무가 예뻐서 걱정해 본 거고, 고양이를 챙겨 주고 싶어서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서 말하다 보니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하다
총평
사람의 내면에 대한 고민과 혼란, 또한 타인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주인공은 혼자서의 삶에 대한 고민과 외로움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주변의 사람들과의 소통과 이해를 바라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글 속에서는 혼자서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소중함을 느끼고 있음을 볼 수 있고. 또한,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과 그러한 노력이 가끔은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고민과 갈등을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해와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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